
“계약이 1년 11개월째인데 다음 달에 갑자기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습니다.” 최근 공공기관과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이런 사례가 국정감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 잇따라 드러났다. 기간제법상 2년을 넘기면 자동으로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되는 걸 피하려고, 딱 2년이 되기 전에 계약을 끊어버리거나 중간에 몇 달짜리 공백기간을 끼워 넣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런 관행이 불법인지 아닌지, 당한 입장에서는 정확히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기간제법이 정한 2년 룰과 예외 사유, 2026년 들어 고용노동부가 실제로 적발한 쪼개기 계약 사례,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절차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정리했다.
기간제근로자 2년 룰이란 — 무기계약직 전환의 기본 원리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제4조는 사용자가 기간제근로자를 원칙적으로 2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만 쓸 수 있도록 제한한다. 여기서 핵심은 계약서를 몇 번에 나눠 썼든 상관없이, 반복 갱신된 계약을 모두 합친 총 근로기간이 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1년짜리 계약을 두 번 맺었든, 6개월짜리를 네 번 맺었든, 실제로 계속 근무한 기간이 2년을 넘기면 법이 개입한다.
그렇다면 2년을 넘기면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예외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는데도 2년을 초과해 기간제로 쓴 경우, 그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한다. 쉽게 말해 회사가 “전환하겠다”는 별도의 결정이나 발표를 하지 않아도, 법률 효과로 저절로 무기계약직 신분이 생긴다는 뜻이다. 헌법재판소도 2013년 결정에서 이 2년 제한 자체가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뒤집어 보면 이 조항이 근로자 보호를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강행규정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여기서 혼동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무기계약직 전환이 곧 “정규직과 완전히 동일한 처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동종·유사 업무를 하는 정규직보다 불리하면 안 된다고 보긴 하지만, 호봉 체계나 승진 체계까지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즉 무기계약직 전환은 “계약 기간이 없어진다”는 고용 안정성의 문제이고, 처우 수준은 기간제법 제8조의 차별적 처우 금지 조항으로 별도로 다뤄야 할 쟁점이라는 걸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2년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계속근로기간”에는 수습기간이나 시용기간도 포함된다. 입사 초기 3개월을 수습 명목으로 별도 계약서를 쓰고, 그 뒤에 본 계약을 새로 맺는 식으로 운영하는 사업장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수습 시작일부터 날짜를 세는 것이 원칙이다. 예를 들어 2024년 3월 1일에 수습 계약으로 입사해 2024년 6월 1일부터 본 계약으로 전환됐다면, 2년 산정의 시작점은 2024년 6월 1일이 아니라 2024년 3월 1일이 되어야 한다. 이 시작일을 회사가 임의로 뒤로 늦춰 잡으면, 실제로는 2년을 넘겼는데도 서류상으로만 2년 미만인 것처럼 보이게 되므로, 본인의 실제 입사일을 근로계약서나 4대보험 가입일 기준으로 다시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예외 사유 6가지, 어디에 해당해야 2년을 넘길 수 있나
2년을 넘겼다고 무조건 무기계약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와 시행령에는 2년을 넘겨도 기간제로 계속 쓸 수 있는 예외 사유가 정해져 있다. 실무에서 상담하다 보면 이 예외 사유를 회사가 지나치게 넓게 해석해서 적용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각 사유는 아래처럼 비교적 구체적으로 한정되어 있다.
| 예외 사유 | 적용 조건 요약 |
|---|---|
| 사업 완료·특정 업무 완성 필요 기간 | 프로젝트성 업무처럼 완료 시점이 명확히 정해진 경우 |
|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생긴 업무 대체 | 복귀 예정자의 업무를 한시적으로 메우는 경우 |
| 근로자가 학업·직업훈련 등을 이유로 일정 기간만 근로 희망 | 근로자 본인의 사정으로 기간을 스스로 정한 경우 |
| 만 55세 이상 고령자와 근로계약 체결 | 계약 체결 당시 연령이 기준 |
| 전문적 지식·기술 활용이 필요한 업무 | 박사학위 소지자, 전문자격 보유자 등 시행령이 정한 범위 |
|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 | 공공근로형 사업 등 별도 재정 지원 사업 |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상태에서 2년을 넘기면 자동으로 무기계약직 전환 효과가 발생한다. 중요한 건 이 예외 사유의 입증 책임이 근로자가 아니라 사용자(회사) 쪽에 있다는 점이다.
즉 회사가 “이 자리는 원래 기간제로만 쓰는 자리”라고 주장하더라도, 위 6가지 사유 중 하나에 명확히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 주장만으로는 2년 초과 사용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특히 단순히 “예산이 한시적으로 배정됐다”거나 “조직 개편이 예정돼 있다”는 식의 사정은 법이 정한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회사 측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어느 조항의 어느 호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안전하다.
2026년 공공부문 쪼개기 계약 전수조사로 드러난 실제 사례
2026년 4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공공부문에서 퍼져 있던 “1년 11개월” 계약 관행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2년을 채우기 한 달 앞두고 계약을 끊어버리면 무기계약직 전환 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 기관이 이 틈을 반복적으로 활용해 온 것으로 지적됐다.
- 고용노동부는 중앙행정기관·지방정부·공공기관 약 2,100곳에 상시·지속 업무에 1년 미만 기간제를 원칙적으로 쓰지 말라는 지도 공문을 발송했다.
- 쪼개기 관행이 의심되는 지방정부 30곳을 대상으로 기획감독을 벌인 결과, 상당수 기관에서 비정규직 수당 차별이나 형식적인 단기계약 반복 같은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 위반 사항 중에는 형식적으로는 계약을 짧게 쪼개 사실상 1년 이상 연속 근무한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도 포함됐다.

김영훈 장관은 이와 관련해 “핵심은 기간 상한을 몇 년으로 늘리느냐가 아니라, 고용 불안을 구조화한 관행 자체를 바로잡는 데 있다”고 밝혔다. 실제 사례를 계산해 보면, 월 250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1년 11개월(23개월) 단위로 계약을 끊고 재고용되는 패턴이 10년간 반복됐다고 가정할 경우, 매 계약 종료 시점마다 무기계약직이었다면 받았을 고용 안정성과 퇴직금 산정 기회를 그만큼 여러 번 박탈당하는 셈이다. 이런 구조가 2026년 국정감사에서도 다시 지적되면서, 노동부는 고용형태별 차별과 쪼개기 계약 관행 개선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관련 내용은 헤럴드경제 – 김영훈 장관 “‘1년 11개월 쪼개기 고용’ 막겠다” 보도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인 계산 예시를 들어보면 체감이 더 쉬워진다. 월 급여 250만원인 근로자가 1년 11개월(23개월) 단위로 계약을 끊고 하루 이틀 뒤 다시 채용되는 방식으로 5년(60개월)을 일했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이 이뤄졌다면, 전환 시점부터는 퇴직금 산정 기간이 끊기지 않고 누적되어 5년 치 퇴직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 반면 계약을 23개월 단위로 세 번 쪼갰다면, 각 계약이 법적으로 독립된 근로관계로 처리될 경우 퇴직금 산정 기간도 매번 리셋되어 최종적으로 받는 퇴직금 총액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이런 쪼개기가 형식적인 것으로 인정되면 처음 입사일부터 계속근로기간을 합산해 퇴직금을 재산정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이번 전수조사가 겨냥하는 지점이다.
공백기간을 끼워 넣는 수법, 2년 산정에서 빠질 수 있을까
또 하나 자주 쓰이는 방식이 계약 사이에 몇 주 또는 몇 달의 “공백기간”을 끼워 넣는 것이다. 계약이 끊긴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깨뜨리고, 다시 채용하는 형식으로 2년 산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만들려는 의도다.
공백기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끊긴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백기간의 길이, 그 기간 동안 업무 공백이 실제로 있었는지, 같은 업무를 같은 조건으로 재계약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봐서 형식적인 단절로 판단되면 공백기간 전후 근무기간이 합산될 수 있다.
다만 단시간근로자로 일하다가 예외 사유에 해당해 계약이 끝난 뒤, 전혀 다른 성격의 일반 기간제 계약을 새로 맺은 경우처럼 두 계약의 성격 자체가 구분되는 사안에서는 앞선 근무기간이 2년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 판례도 있다. 즉 공백기간이나 계약 형태 변경이 항상 근로자에게 불리하게만 작용하는 건 아니고, 반대로 회사의 쪼개기 시도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판단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함께 알아두는 것이 좋다.
법 조문의 정확한 문언과 최신 개정 여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현행 법령 원문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데, 조문 체계를 먼저 쉽게 훑어보고 싶다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해설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 공백기간이 끼어 있는 계약서를 여러 장 받아 왔다면, 각 계약서의 시작일·종료일과 실제로 업무에서 손을 뗐던 기간이 정확히 일치하는지부터 대조해 보는 것이 분쟁 초기 대응의 출발점이 된다.
무기계약직 전환을 피하는 패턴 — 셀프 체크리스트
아래 항목 중 두세 개 이상에 해당한다면, 회사가 무기계약직 전환을 의도적으로 피하려는 구조를 만들어 둔 것은 아닌지 좀 더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계약 기간이 매번 “1년 11개월” 또는 그와 비슷하게 2년에서 조금 모자란 기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 계약 종료와 재계약 사이에 짧은 공백기간이 끼어 있는데, 그 기간 동안 업무는 실제로 계속되고 있었다.
- 같은 업무, 같은 책상, 같은 상급자 아래에서 일하지만 계약서상 소속(파견업체, 용역업체 등)만 바뀌는 경우가 반복된다.
- 2년이 다가올 때마다 직무 명칭이나 업무 내용이 형식적으로만 바뀌고, 실질은 똑같다.
- 회사가 “원래 이 자리는 기간제 전용”이라고 설명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느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만약 이미 계약 종료를 통보받았는데 무기계약직 전환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된다면, 대응 절차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고용노동부 관할 지청에 진정을 제기해 행정적으로 조사를 받게 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관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내는 방법이다. 두 절차는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는데, 구제신청에는 해고 등이 있었던 날로부터 3개월 이내라는 기간 제한이 있으므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계약서, 업무 지시 메신저 기록, 출퇴근 기록처럼 실제 근로관계가 계속됐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면 절차가 한결 수월해진다.
진정이나 구제신청 전에 미리 챙겨두면 좋은 자료는 다음과 같다. 모든 계약서(수습 계약 포함) 원본, 4대보험 가입 이력(국민연금공단이나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열람 가능), 업무 내용이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메신저·이메일 기록, 그리고 동일 업무를 하는 정규직 직원과의 처우 차이를 보여주는 자료 정도다. 특히 4대보험 가입 이력은 공백기간 동안 실제로 보험 자격이 끊겼는지 아니면 형식적으로만 계약서가 끊긴 것인지를 보여주는 비교적 객관적인 증거가 되기 때문에, 분쟁이 생기기 전에 미리 발급받아 두는 것을 권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2년이 다 되기 전에 회사가 먼저 계약을 끝내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나요?
계약기간이 명시된 기간제 계약은 원칙적으로 그 기간이 끝나면 근로관계도 종료되는 것이 맞다. 다만 반복 갱신 관행이 있어서 근로자가 계약이 또 갱신될 것이라고 기대할 만한 사정(갱신기대권)이 있었는데도 회사가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했다면, 부당해고와 유사하게 다퉈볼 여지가 있다. 이는 2년 초과 시 자동 전환되는 경우와는 별개의 법리이므로, 2년을 채우지 못했다고 해서 무조건 다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Q. 저는 민간 중소기업 소속인데, 공공부문 쪼개기 계약 전수조사가 저와도 관련이 있나요?
직접적인 조사 대상은 공공부문이지만, 적용되는 법 조문(기간제법 제4조)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인 민간 사업장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민간기업에서도 같은 방식의 쪼개기 계약이 있었다면 동일한 기준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주장할 수 있다.
기간제법의 2년 룰은 결국 “계약서를 어떻게 쪼개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계속 근무했느냐”를 보겠다는 취지의 조항이다. 계약 기간이 유독 애매하게 2년에 못 미치게 설정되어 있거나, 공백기간이 반복적으로 끼어 있다면 그 패턴 자체가 이미 하나의 신호일 수 있다. 2026년 고용노동부의 전수조사가 보여주듯, 이런 구조는 더 이상 조용히 넘어가기 어려운 쟁점이 되고 있으니 본인의 계약 이력을 한 번쯤 정리해서 들여다보는 것을 권한다.
함께 확인하면 좋은 무기계약직 전환 체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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